김희태(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장)

지난 2008년 2월 10일 방화범에 의해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타 사라졌는데, 이러한 참담한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탄식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켰던 숭례문이었기에 방화로 인한 숭례문이 소실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으니 이러한 심정이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사견으로 이 사건은 문화재 보존과 관리의 실태를 그대로 노출한 사건인 동시에 이후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숭례문, 지난 2008년 방화로 인해 소실된 이후 복원되었다.

<문화재보호법>을 보면 문화재는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 등으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유형문화재의 경우 국보와 보물처럼 국가 지정 문화재가 있는 반면 도지정 문화재와 시, 군의 경우 향토유적으로 불리는 지방 문화재로 구분한다. 그런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문화재가 바로 비지정 문화재로,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경우를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일부 비지정 문화재의 가치가 지정 문화재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꼭 그러지 않다.

가령 외금양계비(外禁養界碑)의 경우 첫 발견 당시 신문 기사를 보면 도지정 문화재의 가치가 있다는 관계자의 언급이 있다. 여기에 왕릉 관련 금표 중 유일하게 확인된 사례라는 점과 <일성록>에 외금양계비를 세운 경위와 1798년(정조 22)에 세운 것을 알 수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작다고 볼 수 없다.

또 다른 사례로, 안녕삼거리에 세워져 있는 안녕리 표석을 들 수 있는데, 해당 표석은 정조의 원행길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수원군읍지>와 <화성지>를 보면 수원과 화성에 18개의 표석이 세워졌는데, 안녕리 표석은 이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19년 화성시 유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었는데, 그 이전까지 비지정 문화재였다. 즉 비지정 문화재라고 해서 문화재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안녕리 표석, 지난 2019년 화성시 유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었다.
안녕리 표석, 지난 2019년 화성시 유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었다.

한편 전국적으로 보존과 관리가 필요한 문화재는 많지만 관계 기관의 힘만으로 모든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간혹 지정 문화재조차 관리 부실 관련 기사가 나오는 판에 비지정 문화재는 오죽할까? 그렇기에 시민들의 손으로 문화재를 지키는 운동이 눈길을 끈다. 바로 문화재지킴이다. 문화재지킴이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문화재를 가꾸고, 지켜나가는 운동이다. 현재 주요 지역마다 문화재지킴이 단체가 있는데, 화성시의 경우 ‘화성시역사공동체생태학교(역공생)’가 활동 중이다. 최근 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소장 김희태)가 신규 문화재지킴이 단체로 승인되어, 2022년부터 외금양계비와 관항리 삼층석탑을 비롯해 화성시의 비지정 문화재를 중심으로 지킴이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처럼 지역 내 문화재지킴이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고, 관심이 있다면 직접 문화재지킴이가 되어 우리 지역의 문화재를 가꾸고, 지켜나갈 수 있다.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https://jikimi.cha.go.kr/jikimi/)에 가입하고, 별도의 위촉교육을 거친 뒤 활동할 수 있다. 주요 활동은 문화재 주변 정화 및 모니터링, 홍보 등이다. 지역의 문화재를 시민들의 손으로 지켜나간다는 건 충분히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로, 이를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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