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근 본지자문위원

▲ 백도근 교수(철학박사)     ©편집국

십여 년 전 총선이 임박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내가 간사로 있던 지방의 어느 연구소를 통해 잘 알고 지냈던 목사님 한 분이 나에게 ○○기독당 배지를 선물로 주셨다.

그때 기독교의 입장은 ‘전체 교인수를 감안하면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은 건지지 못하더라도 비례대표 몇 석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창당을 하고 총선참여를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내가 종교의 정치참여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생각하셨는지 목사님은 적극적으로 권유는 하지는 않으셨다. ○○기독당은 그 해 총선에서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친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획득에 실패하고 말았다. 

기독교는 2004, 2008, 2012, 1016 네 차례에 걸쳐 꾸준히 기독교정당을 창설해서 정치에 참여했지만 국회의석을 얻는 데 번번이 실패하였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한얼교도 200만 신도의 힘 운운하면서 교주 신정일이 13대에 이어 14대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2004년의 경우를 기준으로 말하면 전체 유권자의 3% 이상을 득하면 비례대표 1석을 얻을 수 있었지만 작은 종교집단 신도들의 경우 교주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생각하면 200만 신도의 수장이었던 신정일 교주로서는 망신을 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통일교도 마찬가지였다. 통일교는 2008년에 있었던 18대 총선에서 전국 243개 선거구 전체에 후보를 내었으나 단 한명의 지역구 의원이나 비례대표 의원을 당선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는 우리국민이 학교교육을 통하여 정교분리의 교육을 받은 결과 종교의 개입이 없는 정교분리의 현재 민주주의제도가 그만큼 우수한 결과였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특히 기독교 정당이 처음 총선에 참여한 해는 노무현 정권 때였다. 기독교 교계가 군부정권시대에는 감히 총선에 참여치 못하다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참여했던 것은 의아한 일이다.  

문재인정부에 와서 기독교는 정치참여에 필사적이다. 선거에 의해 당선되고 역대 여러 대통령들 중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문재인대통령을 임기 도중에라도 끌어내리기라도 할 기세이다. 그들의 또 다른 변화도 있다. 이전에는 기독교라는 이름을 넣은 소수정당을 탄생시켜 정치무대에서 기독교를 내보려 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전략을 바꾸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숙주로 한 기독교당을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이 그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전직 총리인 교회 전도사 황교안씨를 당 대표로 세운 이후 기독교의 이념에 의해 영도되는 기독교 당으로 변모한 듯하다. 황교안씨가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자유한국당의 목소리는 일반 야당의 목소리가 아니라 기독교 선지자의 목소리로 변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21대 총선이 끝나고 나면 자한당은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써 분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는 선거 실패 때문에 분당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일반 개신교인들 중 80%가 기독교 교단의 정치참여에 반대하고 있고, 중도 보수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한당의 중심세력이 기독교 극렬주의자들과 손잡고 있는 현실을 크게 불편해하여 지지세를 확대하기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게속되어 지금 열세를 극복치 못하고 자한당의 패배를 자초한다면 선거 후 선거패배의 책임론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둘째는 자한당 안의 비기독교 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으로서는 공천을 얻기 위하여 불만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자한당의 기독교화에 반대하여 분당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기독교인들을 이용한 자한당의 총선전략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당을 추슬러 총선에서 다수의 득표를 하고 20대 대선에 대비해야 할 자한당이 끝내 기독교 극단적 참여파를 당 중심에 세운다면 총선이후 자한당은 해체될 지도 모른다. 자한당은 이러한 시민들의 염려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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