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백도근 교수

야당정치인 시절의 노무현을 ‘바보 노무현’이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아무도 그러지 않던 시절 그는 당선될 곳을 버리고 떨어질 곳만 찾아다니면서 결국은 떨어지는 퍼포먼스를 여러 번 벌렸기 때문이다.

그를 바보라 부른 것은 진짜로 그를 바보로 여겨 그렇게 부른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그의 역설적 행동의 이면에 담겨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좋은 뜻으로 그렇게 부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가 느닷없이 자결로서 삶을 끝낸 것도 ‘바보’의 이미지가 더해졌다. 그 의미가 각자에게 어떻게 해석되었던 그는 동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바보’였던 것이다. 


노무현만 바보는 아니었다. 이명박도 바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통령만 되면 나라의 금고를 열어 마음대로 꺼내 써도 되는 줄 알고 함부로 손댔다가 물러난 뒤에는 감옥에서 빠져나올 구멍이나 없나 하고 혼자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바보’이다. ‘언젠가는 돈 좀 나눠주겠지’ 하고 그만 바라보다가 속은 줄 알고는 재판과정에서 눈을 돌리는 그의 추종자들도 바보였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통령되기도 전에 대통령 사퇴한다고 헛소리 하더니 바지 사장으로 청와대 들어가서는 밤늦도록 관저에서 드라마 보고 평일인데도 아침에 출근도 하지 않고 퍼져 자다가 서해안 배 사고소식에 상황실에 나가서 어설프게 대통령 연기 하다가 ‘어버버~’ 하던 그녀, 장관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도 모르고 청문회에 나갔다가 똑같이 ‘어버버~’ 하던, 그녀가 임명했던 장관이나 참 기가 막힌 바보들이었다.


일본도 바보들 천지이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신이 ‘뱁새’인 줄도 모르고 트럼프의 황새걸음 흉내 내다가 찢어지는 가랑이 통증 때문에 면상 찌프리고 다니는 아베 신조도 바보이고, 그와 함께 원로정치 한답시고 삼성전자 건드려서 문재인 골탕 먹이려다 일본자멸의 공범 되게 생긴 스가 관방장관도 바보, 수출규제 후 한일 첫 실무자회의 장소를 경제 산업성 쓰레기장으로 정해놓고 한국대표를 부른 세코 히로시게 장관, 우리국회 방일단과 만나기로 약속해 놓고 두 번이나 물 먹인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 무엇이 불만인지 노린재 씹은 표정을 하고 다니는 고노타로 외무성장관도 바보 같아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7월초 아베의 일본이 한국을 향해 수출규제를 하겠다고 하자 문재인 대통령도 지지 않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맞받아침으로써 이후 한일관계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틀니 때문인지 아니면 심오하게 감춘 무엇이 있는지 입을 꽉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고 가끔 남은 배 12척으로 3백 척의 일본을 대적한 이순신장군의 이름을 되뇌면서 극일을 다짐하고 있다. 반면에 이낙연총리나 강경화장관의 표정을 보면 노련함인지 자신감인지 오히려 담담하거나 미소 띤 표정이다. 일본정부의 수출규제정책에 직격탄을 맞을 것만 같은 대기업에 대해 정부는 주52시간 초과근무를 허용하고 화학물질 인허가도 대폭 간소화 해주었다. 대기업들은 야간작업을 독려하고 직원들은 ‘두 달 정도의 밤샘 정도면’ 하고 투지를 불태운다. 물론 시민들의 “안가요.” “안사요.” 등 구호를 외치면서 전개하는 일본상품 불매 운동이나 일본여행 보이콧 열기는 점점 맹렬하게 타오르다 못해 일본을 태워버릴 기세이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아무 하는 일 없이 불안해하며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려는 대적 앞에서 문재인과 강경화가 쥐고 있는 패(=전략)가 무엇인지 빨리 까보라고 다그치는, 국적불명의 사상을 가진 정치세력이나 언론들도 잔존한다.  
이제 곧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고 또 청와대가 쥐고 있던 패도 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지금 5천년 역사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가장 처절한 전투장면과 함께 궁극의 승리를 거둘 위대한 영웅이 누구인지, 나라를 단 한방에 나락으로 밀어 넣는 만고의 역적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최후의 전쟁을 앞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궁극의 승자는 누구일까? 또 나중에 ‘나라를 말아 먹은 희대의 바보’란 소리를 들을 국가지도자는 아베 신조 일까? 문재인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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