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서부경찰서 수시지원팀장 경감 유영진

▲ 유영진 화성서부경찰서 수시지원팀장 경감     © 편집국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백성을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써 대하면 백성들은 부끄러움을 알게 되고 또한 바르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말은 법이나 규정의 잣대로만 상대방을 추궁하고 윽박지르면 반발심만 야기하고 교화되거나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며칠 전 구치소에서 날아온 편지를 보고 그 가르침의 깊이를 깨닫게 되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활동하던 20대의 청년이었다. 그는 2017년부터 공범들과 함께 중국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00은행을 사칭하여 ‘대출금을 상환하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준다’며 피해자들에게 전화하여 61명으로부터 6억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사기범이었다. 금년 3월에 검거되어 현재 수원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그가 우리경찰서 수사관 3명 각각에게 감사편지를 보낸 것이다.

그는 편지에서 수사관들이 조사과정에서 보여준 진심어린 배려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검거된 후 시골 부모님께 전화를 하게 하고, 수사관들이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그들을 안정시켜 주고, 조사과정 내내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큰형님 나이의 수사관들과 나눈 인생에 관한 대화를 계기로  ‘앞으로 인생을 값지게 살아야겠다’고 결심 했다는 것이다.

▲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활동하던 20대청년이 수원구치소에서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 편집국

이 편지를 보고 나는 경찰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부모님 세대가 경험했던 경찰, 내가 자라면서 경험했던 경찰, 그리고 경찰관인 현재의 나를 그려 봤다. 그동안 경찰의 역할과 이미지에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최근 경찰은 피조사자의 ‘조사과정 녹화요청권’을 신설하고 ‘의무적 녹화 대상 사건을’ 확대하는 등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도 함께 높아졌기 때문에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없지 않다.

죄의식 없이 보이스피싱 행각을 계속하던 20대 청년이 구치소에서 수사관들에게 감사편지를 쓰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것은 고압적인 경찰이 아닌 따뜻한 경찰이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우리 경찰에게 그 말의 의미는 ‘인권을 존중하는 경찰이 되어라’는 의미로 새겨진다.

그 편지를 받은 수사관들이 부럽다. 그리고 감사하다. 우리는 지금 인권경찰로 변신 중이다. ‘국민의 인권을 최우선시 하는 경찰’ 이게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경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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